멜로/로맨스 영화 추천, 위대한 개츠비 (The Great Gatsby, 2013)
(스포일러가 되므로 내용을 모르시는 분은 뒤로 도망치세요 !!)
<위대한 개츠비>는 F. 스콧 피츠제럴드가 집필한 소설 원작이다.
뉴욕의 월스트리트에서 일하고 있는 닉 이라는 인물이 자기 집 옆, 호화로운 집에서 열리는 파티에 초대 받게 되고 거기서 개츠비를 만나면서 영화는 진행된다. 닉은 이 영화에서 모든 인물들과 관계를 맺고 있으면서 또 관찰자의 시점으로 모든 사건들을 보는 캐릭터인데 개츠비와는 친구가 되고, 개츠비가 사랑하는 데이지와는 사촌이며, 데이지의 남편인 톰과는 대학동창이다.
개츠비와 데이지는 과거에 연인이었지만, 부잣집 딸인 데이지에 비해 가난한 개츠비는 데이지에 어울리는 사람이 되어 돌아오겠다는 다짐을 하고 떠나게 된다. 시간이 지나 그녀에게 어울리는 사람이 되었다고 생각했을 때, 이미 데이지는 톰이라는 다른 부자와 결혼한 상태였다.
1920년대의 뉴욕을 배경으로 하는 영화인데, 먼저 화려한 영상이 내 눈에 들어왔다. 전통 부자인 톰의 으리으리한 저택, 그리고 신흥 부자인 개츠비의 화려한 저택부터 개츠비의 저택에서 매일매일 일어나는 파티, 불꽃놀이 등. 눈을 즐겁게 해주는 영화이다.
위에서도 잠깐 언급을 했지만, 내가 이 영화를 보고 인상깊었던 점은 주인공도 개츠비이고, 제목도 위대한 개츠비이지만 닉이라는 인물의 회상과 시점으로 모든 이야기들이 진행된다. 그래서 위대한 개츠비의 사랑과 감정과 행동들 모든 것들이 닉의 생각과 시점으로 묘사된다.
영화에서는 개츠비의 사랑은 돌이킬 수 없는 과거의 사랑이라고 표현한다. 하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개츠비의 입장에서는 데이지를 처음 만날 날부터, 그녀를 보기 위해 강 건너 편에 큰 저택을 마련하고, 혹시나 그녀가 오지 않을까 매일 파티를 주최하는 그 순간순간까지도 계속해서 마음 속에 지녀오던 사랑이다. 아마 살아오면서 단 한번도 그녀를 잊은 적이 없을 것이고, 그녀와 함께하는 것 말고는 생각해 본 적이 없을 것이다. 그런 원동력이 결국 가난했던 그를 뉴욕에서 누구나 다 아는 부자로 만들었던 게 아닐까.
그런 감정이 다들 있지 않나 싶다. 누군가를 간절히 원하고 사랑하는데 내가 그 사람에게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라 생각하게 될 때, 어울리는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그런 사랑 말이다.
개츠비에게 데이지는 사랑하는 옛 연인이면서, 가지고 싶은 여자이면서, 또 한 편으로는 '부'라는 상징적 존재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영화 중반부 쯤 데이지가 모든 것을 버리고 개츠비에게 떠나자고 말하지만, 개츠비는 떠나는게 아니라 자기가 갖춰놓은 이 집에서 함께 해야한다고, '부'를 버리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어울리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 '부'를 축적했지만, 결국은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부'를 버리지 못하는 아이러니한 모습을 보여준다. 이런 모습이 개츠비에게 데이지는 단순히 사랑하는 대상이 아니라, '부'를 쫓게 된 원인, '부' 그 자체 이지 않을까..?
사랑이라는 감정은 워낙 순수하고 또 밀도가 높은 감정이라, 다른 방향으로 튀게 되면 강력한 영향을 미친다. 분노가 될 수도 있고, 시기와 질투가 될 수도 있고.. 하지만 개츠비는 그 감정을 자신이 '부'를 이루기 위한 원동력으로 사용했다. 위대한 개츠비에서는 사랑이 원동력이 되었고 비극적인 로맨스를 만들어냈지만, 그래도 그의 사랑은 숭고하고 아름다웠다.
사랑은 언제나 위대하고 숭고하지만, 한편으로는 두렵고 무서운 감정이다.